2004년 9월 14일 화요일

07. 피렌체 (2004.09.14.화)

07.피렌체

(2004.09.14.화)

 

 

간밤을 모기와의 전쟁으로 잠을 설쳤다.

도대체 얼마나 물린거야.. 우씨~!

 

덕분에 9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희원이네 집을 떠나는 날 아침,

아침은 병휘가 준비해준 쌀밥에 북어국, 김치, 김, 명란젓이다.

 

반찬 먹기가 미안하다...

귀한 음식 뺏어 먹는 거 같아서.

 

10시반쯤 같이 나왔다.

기차표는 어제 병휘가 집근처 여행사에서 미리 발권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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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를 떠나기 전..
베네치아에서 우리의 발이 되어주었던
희원이 차
깜찍하다!

 

 

베네치아의 산타루치아 한정거장 떨어진 메스트레역.

기차는 EUROSTAR (이태리사람들은 에우로스타 라고 읽는다.) 2등석.

KTX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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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메스트레 역에 들어오고 있는 EuroStar

우리 저거 탔다~

 

 

자리는 4명이 마주보게 배치되어있고(모든 자리가),

가운데는 테이블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태리 사람들은 2명이 여행할 때,

좌석 예약을 서로 마주보는 자리로 한단다.

나란히 앉는 자리가 아니라...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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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주보며 앉아가야 한다.
앞자리가 모르는 사람인 거 보다는옆자리가 모르는 사람인게 낫겟지..

 

 

자리가 이렇게 생겼으니 절반은 역방향이다.

 

우리 KTX는 자리 배치 때문에 말이 많은데,

만약 EUROSTAR 와 같이 했다면 안봐도 어마어마했을거다..

 

국민성 차이지 뭐..

 

우리는 복도쪽에 앉았고, 창쪽은 배낭여행중인 노란머리, 파란눈의 청년 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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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자리는 턱수염이 풍성한(?) 어느 청년이다.
2등석이라 그런지 자리가 좁은편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것이 심상치가 않다..

 

10:44 Venezia (Mestre) 출발

11:07 Padova

11:32 Rovigo

11:49 Ferrara

12:16 Bologna

13:15 Rifredi

13:20 Firenze 도착

 

아침을 밥으로 먹었는데도 용실은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식당칸에서 밥 안사준다고 삐졌다.

그게 마음에 상처가 된 듯..

Mi scusi..

 

그래서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 내리자 마자

역 구내 동쪽편에 있는 'Self Service' 라고 대문짝만하게 써있는

셀프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난 Bongrill 이란 샌드위치(2.85유로)를,

용실은 라자니아와 샐러드를 먹었는데

나의 선택은 완전 꽝.. (맛없다!!)

 

라자니아는 쟁반에 담은 후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샌드위치는 먼저 ticket을 사야한다.

샌드위치 달라하고 ticket을 산 뒤,--> "Sandwitch Please~"

애들 진열해 놓은 곳에서 하나 찍음 된다. 저거 주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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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에 입이 나왔다..
용실이가 먹은 라자니아와 샐러드.. 먹을 만 했다.
저게 거의 7유로 되는 건데..

 

 

역 동쪽편으로 나가면 ATAF 버스 정류장이 있고

그곳에서 버스표를 판다. (1유로)

 

먼저 미켈란젤로 광장에 가서 피렌체를 둘러볼 생각에

버스표를 사고 12번 버스를 탔다.

 

버스표를 사면서 버스 노선도를 물어보니

지금 없다고 내일 아침에 오란다.. 쩝..

 

12번 버스는 산타노벨라 역을 출발하여 미켈란젤로 광장을 거쳐

다시 산타노벨라 역으로 돌아오는 순환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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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도를 보면 STAZIONE FS.SMN 을 출발하여 Michelangelo를 거쳐

다시 STAZIONE FS.SMN 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같은 노선을 가는 13번 버스도 있는데 얘는 방향이 반대..

따라서 미켈란젤로 광장을 가는데는 12번이 낫다.

 

암튼, 12번 버스를 탔다.

 

시내를 지나고, 다리를 건너, 산을 올라가 로마문(Porta Romana)를 지나고도

계속 산을 올라 미켈란젤로 광장에 도착했다.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한눈에 봐도 미켈란젤로 광장이란 걸 알 수 있으니까..

여행객들도 많이 내린다.

 

그러나 처음 버스타는 우리에겐 참으로 난감하다.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도대체가 이넘의 버스는 방송도 안해주고,

버스안에 노선도도 없고 당췌 난감하다.

 

맘씨 좋게 생긴 할아버지께 여쭤보아

내리라고 할 때 내리긴 했는데 처음 찾아갈 사람들에게 일러주자면,

버스 왼쪽편에 큰 주차장과 다비드 상이 보이면 내리면 된다. 끝.

 

날이 아주 흐리다...

그러다 아쭈구리.. 비도 내린다.. ㅠㅠ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광장이라 비를 피할 곳도 없다.

장사하던 노점상들도 판을 접느라 부산하다.

 

아.. 언덕에 올라오니 가슴이 탁 트이니 좋다.

피렌체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아르노강(Fiume Arno), 두오모, 폰테베키오(Ponte Vecch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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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내려다본 피렌체 시내

왼쪽에 폰테베키오, 그 옆에 시뇨리아광장의 베키오궁전,

오른쪽에 조토의 종루와 두오모가 한 사진에 담긴다.

시내를 유유히 흐르는 아름다운 아르노 강도..

 

어라 어디 보자..

밀라노에서 당한 게 있는지라 자세히 봤다.

멀리 두오모를...

카메라의 줌으로 땡겨서.. 봤다..

윽.. 쿠폴라 부분이 공사중인 듯 하다..

 

으허헝.. 또 공사중이냐.. 설마 못올라가게 하는 건 아니겠지?

피렌체의 쥰세이와 아오이가 되려던 나의 소망을 무너뜨리진 않겠지?

용실이 30살 생일날 다시 와야 하나..?

 

이곳엔 미켈란젤로의 대작인 다비드상의 복제품이 있다.

(미켈란젤로 광장이라 다비드상이 있는건지

다비드상이 있어서 미켈란젤로 광장인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비드상은 시뇨리아 광장의 베키오 궁전 앞,

이곳 미켈란젤로 광장, 그리고 아카데미아 미술관 안에 하나씩 총 3개가 있는데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는 것이 보존을 위해 옮겨 놓은 진짜이고,

나머지 시뇨리아 광장과 미켈란젤로 광장은 복제품이다.

 

특이하게도 미켈란젤로 광장의 다비드상은 청동으로 되어 있다..

(진품은 당연 대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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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딩딩한게 청동 맞지?

 

 

30분 정도 구경하고 사진찍고 하다가 13번 버스를 타고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두오모로 바로 가는 노선이 있나 고민했는데 그냥 기차역으로 가는게 속편한 듯 싶다.

 

중요! 13번 버스를 타게 되면 내리는 곳은

처음 12번 버스를 탔던 역 동쪽이 아니라

역의 서쪽편이다.. 쿠쿵..

 

그걸 모르고서 두오모에 간다고 반대 방향으로(계속 서쪽으로) 갔다.. 이런이런..

 

지도도 부실하고(베네치아에서 잃어버린 내 지도만 있었어도.. ㅠㅠ),

길이름도 생소를 떠나 뜬금없어 한참을 헤맸다.. 쩝..

 

지나가던 애한테 길을 물어보니 두오모라는 말은 알아듣던데,

어떻게 가야하는지 길을 설명 못한다.. (이태리에서 영어로 길찾기 아주 힘들다!)

 

잠시 잠깐의 삽질 후,

다시 역으로 돌아와서 두오모까지 가는데 성공했다..

 

역시나 두오모의 쿠폴라는 공사중이다.. 쩌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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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토의 종루 앞에서
정말 색깔 예술이다.
저게 그냥 돌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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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오모의 쿠폴라.. 공/사/중..
 
 
두오모 광장에는 조토의 종루, 두오모, 세례당이 모여 있다.
조토의 종루와 두오모는 정말 화려하다 못해 징그럽기까지 하다.
아니 정말 예쁘다. 너무 예쁘다.
 
세례당의 그 유명한 천국의 문은 뭐 그냥 그저 그랬다..
 
두오모를 잠시 둘러본 뒤(두오모 내부는 겉과 달리 별거 없더라..)
곧바로 하이라이트! 쿠폴라에 올랐다.
 
벌써 시간이 4시가 지난 시각. 시간이 많지 않다.
(미켈란젤로 광장에 다녀온 것이 시간 소요가 많았다..)
 
쿠폴라에 오르는 길은 후아~! 무지하니 계단 많다..
나선형계단이 상당히 좁고, 가파르다.
 
땀뻘뻘..
 
이 곳을 아오이와 쥰세이가 우리처럼 이렇게 올랐겠지..
란 생각보다 카메라니 조명이니 이런 거 들고 올라갔을
영화 스탭들이 힘 꽤나 들었을꺼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쿠폴라 오르는 중간에 멋진 천장벽화 '최후의심판'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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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폴라 내부 천장에 그려진 벽화 '최후의 심판'
 
 
드디어 쿠폴라에 다 올랐다.
바람이 아주아주 시원하다.
잠깐 앉아 땀을 식히고 다리를 풀어준 뒤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아주 작다.
더구나 공사한다고 구조물들을 설치해두어
그걸 넘어다녀야 했다.
 
영화의 감동은 좀처럼 불러오기가 힘들었다.
 
쩝.. 그래도 시원은 하다..
 
소설과 영화의 영향인지 일본애들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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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두오모 쿠폴라의 남경쥰세이, 용실아오이^^
 
 
영화 속 그들처럼 길고 진한 kiss 를 하진 못했지만
우리도 살짜꿍 했다. ^__^
 
그 다음 찾은 곳은 시뇨리아 광장
피렌체 공화국의 정부청사인 베키오 궁전이 있는 곳이다.
 
베키오 궁전은 궁전이라고 하기엔..
아름다운 꽃의 성당 두오모가 있는 이곳 피렌체의 궁전인데..
너무 밋밋하다.
 
쩝.. 근데 이 베키오 궁전도 또! 공사중이다.
곳곳에 공사용 구조물을 세워두어 사진을 찍어도 영 꽝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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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오 궁전 앞에 있는 또 하나의 다비드상.
그러나 온통 공사중.. ㅠㅠ
 
 
이곳 시뇨리아 광장엔 베키오 궁전 외에도 넵튠의 분수,
옥외 조각갤러리인 로지아 데이 란치(Loggia dei Lanzi) 가 있다.
 
공사중인 바깥이 좀 그래서 언능 베키오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1층의 공간(뭔지 몰라서..)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지만,
2층에서부터 이어진 궁전 내부는 유료이다 (11유로)
 
용실.. 배고프다고 또 삐져있다..
너무 강행군인가..
 
많고도 많은 작품들이 많이 있었지만,
뭐가 뭔지 모르니 짜증만 엄습한다.
 
암튼 화려하긴 엄청나게 화려하다.
온 방마다 화려함이 뚝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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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오 궁전 1층 전시실이 내려다 보인다.
아마도 회의장이 아닐까 싶다.
 
 
희원이와 병휘가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희원이가 출근했다가 오후 휴가를 얻어 피렌체까지 달려온 것.
 
좀더 일찍 올 줄 알았는데, 중간에 폭우를 만나 오는 길이 더뎌졌나보다.
 
다시 두오모 앞으로 가서 만났다.
 
두오모 쿠폴라에 올라갔다오고,
베키오 궁전을 한바퀴 들쑤시고 나왔더니
꽤나 피곤하다. 다리가 아프다.
 
그래도 열심히~ ^^
 
용실 아버님 구두를 하나 사기 위해 피렌체 시내를 또 뒤졌다.
그러나 마땅치가 않다.. 괜찮다 싶은 샵은 워낙에 비싸서 엄두가 안나서..
(사실 그정도 돈이면 한국에서도 꽤 괜찮은 구두를 살 것 같은 생각)
 
할 수 없이 아무것도 못사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의 피렌체 투어는 이것으로 접어야겠다 생각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얼쑤.. 아예 퍼붓는다. 비가.
 
비 쫄딱 맞고 숙소까지 갔다.
 
Pablo House.
 
기차역에서 가까운 곳이다.
호텔이라 부르긴 좀 뭐한 그냥 숙소이다. 여인숙이라고 해줘야 하나..
 
병휘와 희원이가 잘 아는 집이라 이집으로 예약을 했고,
주인 아저씨(파블로)를 잘 아는 덕에 그래도 가장 좋은 방을 싸게 얻었다.
(50유로/1일 --> 이 돈도 병휘가 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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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었던 Pablo House 입구.
문 옆의 열쇠 그림만이 이곳이 숙소임을 말해준다..
 
 
그래도 하룻밤 몸을 뉘이기엔 충분하다.
창문밖으로는 - 애들 표현을 빌자면 - 예쁜 돌로 된 담벼락이 보인다.. -_-;;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숙소 앞에 있는 식당 'Trattoria'으로 갔다.
 
베네치아에서 첫날 식사를 했던 그 선술집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활기차고 시끌북적한 것은 마찬가지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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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ttoria 내부 모습
 
 
애들과 마지막 식사인 만큼 풀코스로 먹었다.
 
이태리 풀코스는 4단계이다.
 
1단계 - Antipasto(전채) : 햄이나 샐러드, 생선 등
2단계 - Primo Piato(제1요리) : 파스타, 리소토 등
3단계 - Secondo Piato(제2요리) : 메인 요리로 고기 종류
4단계 - Dolce(후식) : 과일이나 케익 등
 
우리가 흔히 아는 3단계보다 1단계가 많다.
파스타만 먹어도 배가 부른데,
여기다가 고기까지... (무지하니 배불렀다.)
 
나중에 먹은 두툼한 스테이크는 그 두께와 맛이 끝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맛있게 먹을 수가 없었다. (이미 너무 많이 먹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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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은 여러 파스타들과 메인요리인 안심스테이크(아마도..)
가운데가 맛있었던 와인 Santa Cristina
 
 
와인은 레드와인. Santa Cristina 란 녀석이었는데 아주 맛났다.
거의 병휘와 나, 둘이서 2병을 마셨다. (으흐 알딸딸~~~~)
 
밖에는 비가 내리고 (실내에 하늘이 열린 정원이 있어 바로 옆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한 맛있는 식사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으리라..
 
 
비는 그쳐가고, 피렌체에서의 밤도 저물어간다.
숙소로 돌아와 12시반쯤 잠이 들었다.
 
내일은 우피치 미술관에 가는 날.. 아침일찍 서둘러야지..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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