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24일 금요일

카사노바 다시보기 - 6. 맛의 로맨티스트

"풍성한 식탁은 사랑을 위한 전주곡 "

 

사용자 삽입 이미지
 

 

 

⑥ 맛의 로맨티스트

 

"나는 이성을 위해 태어났다는 사명감을 가졌다. 그래서 늘 사랑을 했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내 전부를 걸었다.”

 

이렇게 말한 열정적인 남자 카사노바.

 

카사노바는 여인이 마음에 들면 먼저 풍성한 식탁으로 초대하곤 했다. 그는 마치 무대에 올릴 예술 공연을 준비하듯 두 사람의 사랑에 맞는 식탁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서로의 마음을 가열시킬 독특한 요리를 미리 마련해 두었다.

 

그는 여인의 타입에 따라 술과 음식을 다르게 선택했다. 머리색과 피부색 그리고 신분과 취향에 이르기까지 여인의 분위기를 세심하게 간파해 샴페인과 포도주, 제철에 나는 싱싱한 해물들을 준비했다.

 

카사노바의 식탁은 사랑의 심포니를 위한 전주곡이었다. 식사와 대화를 통해 서로 하나가 되기 위한 전희(前戱)였던 셈이다. 한편 카사노바에게 식사는 평생 동안 계속된 여인들과의 사랑을 지속하기 위한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했다. 놀랍게도 카사노바는 그를 거쳐간 여인들을 추억하면서 그들과 어떤 술과 음식을 먹었는지를 다 기억했다.

 

훌륭한 맛에 젖는 행복한 밤, 식사는 뜨거운 입맞춤으로 끝난다. 그리고 나서 뜨거운 관능을 향해 달려간다.

 

베네치아 음식은 베네치아의 앞바다인 아드리아해가 제공해 주는 풍부한 해산물을 사용해 18세기 유럽 미식가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그러나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진행된 혁명과 개혁의 영향으로 프랑스 요리가 알프스를 넘어 전통적인 베네치아 음식과 섞였으며 이로 인해 마늘과 양파의 사용이 보편화됐고 허브, 약재, 향신료 등이 모든 음식에 기본적으로 사용됐다. 오늘날로 치면 퓨전 음식이 됐던 것이다.

 

지금도 베네치아의 식당에 가면 당시 카사노바가 즐겼던 요리들이 대중적인 메뉴로 올라 있다. 또 베네치아의 고등학교에서는 오늘도 학생들에게 카사노바 요리의 비법을 가르치고 있다.

 

올봄 나는 베네치아의 바르바리고 요리고등학교를 방문해 요리주임 마르티니와 미켈라를 만났다. 미켈라는 1998년 카사노바 사후 200주기를 기념해 카사노바가 즐긴 요리책을 펴낸 바 있다. 그는 시종 즐거운 웃음을 띤 채 “음식을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즐긴 사람이 바로 카사노바”라고 강조했다.

 

카사노바는 독특한 미식가답게 메추라기 요리, 영계 스프 등 이색적인 음식을 즐겼다. 그러나 그의 음식에 대한 창의력은 ‘남성의 힘’을 증가시켜 주는 것에만 발휘됐다고 볼 수 없다. “나는 늘 나의 여인들이 바라는 것을 준비하고, 또 채워주려고 노력했다”는 고백처럼, 카사노바는 낭만적 사랑을 갈망하는 여인들의 마음을 식탁에서 먼저 사로 잡았다. 사랑을 위해 식탁에 쏟은 그 열정, 카사노바는 그래서 진정한 로맨티스트였다.

 

카사노바는 73세까지 살았으니 당시로선 매우 장수한 셈이다. 여기에는 카사노바의 식탁의 비밀이 숨어있지 않을까? 이제 미식가 카사노바에게 사랑을 불태우기 위한 비법 세가지를 배워보자

 

하나.굴(석화)이다.

 

신선한 굴은 남성을 위한 최고의 음식. 카사노바는 굴을 최음 효과, 사랑의 전희, 사랑의 유희에 최고의 음식이라 극찬했다.

 

“어느 날 에밀리와의 식사 때 나는 굴을 그녀의 입에 넣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약간의 실수로 굴이 그녀의 가슴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자연스레 손으로 떨어진 굴을 주으려 했으나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가슴 단추를 풀렀다. 그리곤 내 혀로 그녀의 가슴에 떨어진 굴을 삼켰다. 나는 그녀의 옷을 자연스럽게 벗겨 내렸다. 알몸을 드러낸 그녀의 가슴에 계속해 하나하나 굴을 떨어뜨리며 나는 계속해 두 입술로 삼켰다. 이것은 나와 그녀의 몸을 신선한 굴 맛 이상의 감각으로 전율케 했다.”

 

전통적으로 아드리아해의 굴은 맛이 일품이며, 당시 교역이 활발하던 이곳의 상인들은 굴을 바닷물에 담아 밀라노, 빈, 부다페스트까지 수송했다.

 

요리방법.최고의 맛은 신선한 굴에 레몬 즙을 뿌려 날로 먹는 것. 이 때 버섯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 숭어.

 

베니스 해안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은 숭어다. 당시 숭어알을 소금과 식초에 절여놓은 것을 보타르가라 하며 베니치아의 캐비어라 불렸다. 보타르가는 맛이 뛰어나고 정력에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사노바는 숭어 알집을 말린 후 여인과의 사랑에 때때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카사노바의 콘돔이었던 것이다. 당시 성병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던 환경을 생각하면 그의 머리가 비상했음을 알 수 있다.

 

요리방법은 소금, 식초로 잘 절여진 보타르가에 레몬즙, 후추,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는다.

 

. 계란 흰자 샐러드.

 

M.M과의 첫날 밤에 일곱시간 정사를 할 때였다. 그는 혹시 정력이 모자랄까 두려워 계란 흰자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카사노바는 이것을 최고의 최음제라고 고백했다.

 

요리방법. 식초에 샐비어 잎, 박하, 통 파, 통후추, 겨자를 넣고 끓인 뒤 2주간 잘 밀봉해 둔다. 계란을 완전히 익혀 노른자를 빼고 흰자를 얇게 썬 다음 이 식초 소스와 소금,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는다.

 

# 카사노바와 초콜릿- 성욕증진 믿음…여인들이 남자들에게 즐겨 대접

 

카사노바를 사랑했던 많은 여인들은 카사노바에게 초콜릿을 대접했다. 초콜릿이 성적 흥분을 가져온다는 믿음에서였다. 카사노바는 초콜릿 덕분에 여인들과 더욱 격정적인 사랑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초콜릿의 원료는 카카오 나무의 열매 카카오빈으로, 아프리카 및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다.

 

1520년 스페인 황실에 소개된 후 귀족들의 음료로 각광 받았으며 카나노바가 살았던 18세기에는 초콜릿 음료에 바닐라와 계피 등의 향신료를 첨가하여 즐겨 마셨다고 한다.

 

특히 왕의 총애를 받던 여인들은 초콜릿의 성욕 촉진 효능을 굳게 믿었다.

 

그래서 성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왕이나 연인에게 초콜릿을 대접했고 흥분을 높이기 위해 남용하기도 했다.

 

오늘날 발렌타인 데이 등에 연인들이 주고 받는 선물로 초콜렛이 애용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믿음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그러나 현대과학으로는 초콜릿의 주 성분인 카카오와 설탕이 성적 흥분을 직접적으로 자극한다는 사실은 입증되지 않고 있다.

 

김 준 목(서양고서사이트 안띠꾸스 대표)jimkim@antiquus.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