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6일 화요일

[BOOK] 1Q84

1Q84


-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윤옥 역
- 출판사 : 문학동네

1권 (4월~6월)
- 정가 : 14,800원
- 발행일 : 2009.08.25
- 페이지 : 656 page

2권 (7월~9월)
- 정가 : 14,800원
- 발행일 : 2009.09.08
- 페이지 : 600 page

구매정보
인터파크 | 2009.09.23 | 26,640원

읽은기간 : 2009.09.25 ~ 2009.10.05


"무라카미 하루키"

이름 만으로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오는 대작가임에는 틀림없으나, 전 아직까지 그의 소설을 읽어본 기억은 없었습니다. 그의 이름을 알려준 <상실의 시대> 를 읽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의 에세이집을 두어권인가 읽어서 그의 문체는 낯설지 않았지만 (사실은 역자의 문체이겠지만) 소설은 처음인 듯 합니다.

그런 그가 5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냈다고 하네요. 일본에서는 5월말에 발매되었는데 발매 10일만에 100만부 돌파할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오고 있나봅니다. 우리나라에선 어느정도 팔렸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교보문고에 가보니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너무나도 당연히 이 책이 자리잡고 있더군요.

세상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에 익숙지 않은 저도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왠지 따를 당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읽어야겠다 란 생각에 주문을 하려는데 그때까지 이 책이 이렇게 두꺼운 책일지, 2권으로 되어있는지, 거기에 양장본으로 가격도 만만치 않을지 전혀 몰랐습니다. 주문을 하고 책을 받아들고 보니 어이쿠 이렇게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는담...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군요.

그러나 그 생각은 정말 말 그대로 기우였습니다. 책을 펼쳐들고 스토리가 전개되기 전, 등장인물 파악하기까지 진도가 잘 안나갔을 뿐 그 이후에는 미친듯이 읽게 되더군요. 사극의 교과서 이병훈 감독님의 드라마처럼 한 꼭지가 꼭 궁금증을 잔뜩 키워놓은 채 끝나서 다음 꼭지까지도 읽기 시작하게 만듭니다.

소설은 덴고 와 아오마메 라는 2명의 남녀주인공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풀어지는 구성입니다. 그러다보니 한참 덴고의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중요한 순간에 탁 끝나고 아오마메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식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하겠어요. 아주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1Q84"

책의 제목이 일단 예사롭지 않습니다. 조지오웰의 문제작 <1984> 와 분명 관련이 있어보이는 제목입니다. 더구나 Q 는 일본어로 [kyu] 라고 발음되고, 이는 숫자 9 와 발음이 같다고 하네요. 전 처음에 제목이 IQ84 인 줄 알았습니다. IQ 가 84인 어느 바보의 이야기? 그럴 거라고 생각했죠. 하루키는 이러한 점을 분명 노렸을 겁니다. 재미있는 패러디 정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제목은 이 소설의 큰 핵이자 메인 컨셉입니다.

일단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984 년 입니다. 그러나 1Q84년은 1984년에서 비틀어진 Question 으로 가득찬 또 하나의 1984년 입니다. 동일하면서도 동일하지 않습니다. 같은 세상을 살면서도 누구에게는 1984년이 누구에게는 1Q84년으로 존재합니다. 패러랠 월드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1984년과 1Q84년은 따로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참 어렵네요..)

1Q84의 가장 큰 차이점/구별점은 달이 2개라는 것입니다. 영어 표현중에 "once in a blue moon" 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청담동의 유명한 한 재즈카페의 이름이기도 하죠. blue moon 이란 한달중 2번째 뜨는 보름달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볼 수 있는 달이 아니죠. (첫째날에 보름달이 뜨는 경우 마지막 날에도 보름달이 될 수 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매우 드문 경우가 되겠죠) 따라서 "once in a blue moon" 이란 "매우 드물게" 란 표현이랍니다. 그러나 1Q84에 떠있는 2번째 달은 blue moon 이 아닌 초록색 달입니다. 환타지 소설 등에 보면 2개의 달이 뜨면 세상의 종말이 찾아온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2번째 달은 green moon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경우엔 그와 관련이 있어보이네요.

아오마메는 막힌 수도고속도로의 택시 안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를 듣다가 택시에서 내려 비상계단을 내려감으로 1984년에서 1Q84년으로 이동합니다. 이 음악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도 소설 내에 수차례 다시 등장합니다. 어떤 곡인지 궁금한데 한번 들어보도록 하죠.




조지오웰은 <1984> 에서 빅브라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1984>가 쓰여진 때로부터 먼 미래였던 1984년에 소비에트 연방이 빅브라더로 등장하여 역사를 날조하면서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란 내용이라고 하더군요. (냉전시대에 쓰여진 책이니 그럴만한 가정이라고 생각됩니다.)

<1Q84> 에서 하루키는 '빅브라더'에 대응하는 '리틀피플' 을 등장시킵니다. 사실 둘 사이에 별 연관성은 없어보입니다. 빅(big) 대신 리틀(little) 이 반대개념인 정도랄까요. 이 리틀피플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퍼시버와 리시버를 두어 자신의 뜻대로 인간세상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일까 하는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제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죠.) 그렇게 보면 널리 알려져 사람들의 경계심으로 입지가 좁아진 '빅브라더' 대신 그 대항마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 집중도가 좀 떨어졌는데 아오마메와 덴고의 운명적 관계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오마메는 소위 사이비종교인 "증인회" 의 신자로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따돌림을 받는 아이였고, 우등생에 운동도 잘하고 덩치도 좋았던 말그대로 "잘나가는" 덴고가 우연히 관심을 보여준 일을 계기로 덴고에게 운명적 사랑을 느낍니다. 그리고는 20년동안이나 그 사랑을 마음속에 품고 지켜나갑니다.

덴고도 이 왕따소녀가 빈 교실에서 손 한번 잡아준 것을 두고두고 잊지 못해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단 한사람은 아오마메 뿐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키는 별것없는 관계에서 시작한 이 운명적 사랑을 납득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많은 글자들로 노력을 했지만, 전 잘 납득이 되질 않더군요. 아오마메가 자신의 목숨과도 바꿔 지키려 했던 덴고와의 절대사랑이 사랑이 시들한 세상에 찌든 저에겐 별나라 이야기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은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채 끝이 나버리고 맙니다. 아오마메가 정말로 목숨을 잃고 도터로 환생을 했는지, 리틀피플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지, 살아남고 선택받은 덴고가 그 1Q84 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 등 많은 말줄임표를 남기고 이야기는 끝이 나버렸습니다.

1권은 4월부터 6월까지, 2권은 7월부터 9월까지의 이야기 입니다. 1년은 12월까지이니 1Q84의 10월부터 12월까지의 이야기가 남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3권이 나오길 기다리지 않을까 합니다.


댓글 11개:

  1. I(아이)가 아니고 1(숫자 1) 이죠~ ㅋㅋ

    첨엔 I 인줄 알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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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음.. 책을 읽기전에는 제목을 이해 할수 없겠군요..

    저도 하루키 소설 참 좋아하는데..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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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란이93 - 2009/10/06 18:06
    일부러 헤깔리라고 한 듯 보이나 책의 내용중엔 IQ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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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드자이너김군 - 2009/10/06 18:29
    좋아하신다면 지금 당장 읽으셔야죠~!

    안그럼 따 당하십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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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 저도 책장에 모셔놓은지는 좀 되았는데,, 우선순위에 밀려 그만;;;

    이 글은 (언제가 될찌 모르오나;;) 책 읽고 다시 읽겠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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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cANDor - 2009/10/08 21:43
    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꼭꼭 책 먼저 읽고 다시 읽어주세요... (언제 다 읽었다고 덧글달리나 스톱워치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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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모난돌 - 2009/10/10 20:40
    허걱!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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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안녕하세요,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3권은 현재 집필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1Q84 독자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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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色仙 - 2009/10/12 14:32
    아 그렇군요. 3권이 집필중이라니 곧 만날 수 있을까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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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언제 읽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음악부터 경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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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뿅 - 2009/11/30 02:32
    읽어보세요. 색다른 경험이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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