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8일 월요일

7.02 물과 하나되어

 

MARLINE LAKE - ATHABASCA 2박


오늘은 꿈에도 그리던 RAFTING이 있는 날이다.

 

기대..기대..

 

9시경 다같이 VAN을 타고 MARLINE LAKE로 출발하였다. JASPER 근처에 위치한 MARLINE LAKE는 그동안 주욱 봐왔던 ROCKIES의 호수들처럼 그렇게 아름답다거나 빼어난 모습은 아니었지만 ACTIVITY를 하기에는 훌륭한 장소였고 또 잘 꾸며놓았다.

 

전부 RAFTING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사람만 각자 돈(46.75불)을 내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냥 하이킹을 하거나 CRUISE를 타거나 KAYAKING도 있었다.

 

RAFTING을 택한 사람은 나와 재환형, Deanne, Steward 이렇게 딸랑 4명뿐이었다. 아마도 비싼 가격 때문이었나보다. 내 생각은 그때 '여기까지와서 단돈 몇푼 아끼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였기 때문에 물불 안가리고 덤볐다.

 

- 이날은 피곤했는지 시간이 없었는지 메모가 잘 안되어있다. 머리를 쥐어짜내지만 글쎄.. 대충 이해해주시길.. -

 

시간이 좀 남아서 재환이형과 함께 호수 왼쪽을 따라 조금 하이킹을 하였다. 가는 곳곳마다 쥐새끼같은 녀석들이 재롱을 부린다. 두더쥐도 아닌 것이, 다람쥐도 아닌 것이.. 영어로는 GROUND SQUIRREL 이라고 하는 녀석들이다. 땅다람쥐?

 

대충 시간을 맞춰서 갔던 길을 되돌아 RAFTING하는 곳으로 왔다.

 

처음에 해야할 일은 옷을 홀딱 벗고 잠수복 비슷한 옷으로 갈아입는 것. 스판으로 되어있고 방수라고 하지만 절대 방수 안된다. 발엔 비닐로 된 양말을 신고 그 위에 장화를 신었다. 헬멧, LIFE JACKET, 노 한개 이렇게가 장비의 전부이다. 입었던 옷이며 신발 등을 탈의실 한 구석에 잘 쳐박아두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조금씩 뿌리던 비가 이젠 소나기로 변했다. 동굴 속을 탐험할 때처럼 역시 아무 문제될 것이 없었다. 어차피 물은 뒤집어 쓸 거고 기왕이면 비가 쫘악쫘악 내려 물살이나 더 거세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보트에 오르기전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우리가 알아야 할 명령어는 단 4개. PADDLE AHEAD, PADDLE BACK, STOP, HOLD 이렇게 딸랑 4개이다. 짐작하듯이 순서대로 '앞으로 노젓기', '뒤로 노젓기', '노젓기 중지', '보트 안으로 대피'의 뜻이다.

 

일본 여학생도 4명 있었는데 영어가 무척이나 짧은지 헤롱거렸다. 걱정이 되네..

 

보트는 총 4척. 각 보트에 6명씩이 타게 되었다. 뒤에는 GUIDE가 타서 전체적인 명령과 배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런데.. 같이 온 사람들끼리 팀을 만들다보니 우리 보트는 딸랑 4명 뿐이었다. 약간 걱정이 되었지만(걱정을 한 이유는 사람이 적으면 더 재미가 있을까 아니면 덜 재미있을까 하는 걱정) 안되는 영어 따질 수도 없고 시키는대로 했다.

 

쏴아쏴아 내리는 소나기를 그대로 맞아가며 물살을 서서히 가르며 출발했다.

 

호수를 벗어나 MARLINE RIVER로 접어들자 강 폭이 좁아지며 물살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GUIDE는 힘차게 "PADDLE AHEAD"를 외쳤다. 그의 한마디에 따라 우린 환호성을 지르며 미친듯이 노를 저었다. 부서지는 물살, 쏟아지는 소나기.. 물살이 거세면 거셀수록 좋았다. 한참을 노를 젓고 잠시 쉬고 또 노를 젓고.. 의 연속이었다.

 

4척의 보트중에 우리 보트가 3번째로 출발을 하였는데 거의 2번째를 따라잡았다. 그러나 추월은 안되나보다. 생각같아선 추월도 하고 옆에 다가가 앞의 보트를 뒤집어버리고 싶었지만 GUIDE의 말에 따라야했고 그냥 가서 한번 부딪치는 걸로 만족해야했다. (앞의 보트는 일본 여학생 4명이 포함된 그 보트였다)

 

10㎞의 코스는 후딱 지나가버린 시간과 함께 끝이 나버렸다. 내려가면서 강가에 소풍나온 가족들과 손을 흔들며 인사도 했고 뒤집어져 허우적대는 KAYAKER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어디를 가나 거리낌없이 먼저 손을 흔들고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서울시내에선 어디 생각이나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중간에 물살이 크게 부서지는 곳에서 사진도 한장 찍었다. 그냥 자기네들이 홍보용으로 보관하기 위해서 찍는 사진이란다. 한장 찍어서 주면 어디 덧나나. 무척 아쉬웠다. RAFTING을 했다고 자랑할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치이..

 

끝나는 지점엔 버스가 한대 서있다. 우릴 태우고 다시 호수까지 돌아갈 버스다. 뒤의 트레일러에 손수 보트를 싣고 우린 버스에 올라 호수에 올라갔다. 시간은 이미 점심때를 훌쩍 넘어있었다.

 

다시 탈의실로 돌아가 장비를 반납하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성미 급한 사람들은 그냥 아무곳에서나 옷을 훌렁 훌렁 벗는다. 위아래 속옷 하나씩 밖에 안입은 아가씨라고 예외는 아니다. 자기 딴에는 가릴 거 다 가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뭐.. 말리는 사람 하나 없고 나도 절대 안말린다. 보기 좋은데 뭘..

CRUISE갔던 MIKE 할아버지도 돌아오고, 약속시간이 되기까지 선물가게에서 선물도 보고(그냥 보기만 하고~) ROUNGE에 앉아 따끈한 차도 마셨다.

 

잠깐, 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즐길 사람은 CRUISE도 할만한 녀석이다. 배를 타고 호수 반대편까지 가면 흔히 관광 GUIDE BOOK에 MARLINE LAKE를 소개할 때 사진으로 나오는 작은 섬이 있다. (이름? 까먹었다.. 내일 학교가서 CANADA GUIDE BOOK 하나 빌려와야지.. 치이..) 그곳은 걸어서는 못가는 곳이란다.

다들 모여서 이번엔 MARLINE CANYON이란 곳으로 가서 짧은 HIKING을 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여러개(기억엔 5개인거 같다)있는 다리를 따라 계곡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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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LINE CANYON의 5개 다리중
어느 다리에서 잡은 계곡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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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을 보라.
여기서 래프팅을 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멋지다!

 

MARLINE CANYON은 전의 그 JOHNSON CANYON에 비할바가 아니다. 그 깊은 계곡과 기똥찬 물살을 보며 든 생각은.. 여기서 RAFTING을 해야하는데..

 

Stuward에게 이런곳에서 RAFTING을 해야한다고 얘기했더니 한다는 소리가,

 

"It sholud be better than 투 다이~"

 

잉? 죽는거 보다 낫다구? 그렇지 죽는거보다야 낫겠지.. 죽는게 뭐 좋다구.. 얘 사오정 아닌가..? 싶었는데 좀 더 들어보니까.. 아까의 그 '투다이'는 'today'였다.. 난 그제서야 알았다. 호주에서는 무조건 a를 '아'로 발음한다는 걸.. 'eight'도 '아이트'다...

 

산책을 끝내고 일단 비 맞은 사람들을 위해서 JASPER로 다시 돌아갔다. SHOWER를 하려고.

 

RAFTING을 했던 우린 이미 SHOWER를 했으므로 굳이 돈내고 또 할 필요가 없고 그냥 시간 때우러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1시간 남짓 그곳에서 보내고 다시 HOSTEL로 돌아와서 최후의 만찬(?)을 준비했다. 같이 보냈던 5일을 뒤로한 마지막 저녁식사! 메뉴는 STIR RICE란다. 우리말로 하면 볶음밥? 비빔밥? 뭐 이정도 되는 거 같다. 여러가지 야채와 소고기, 닭고기 등을 넣고 비벼서 먹는다. 고기 양념은 내 생일날 했던 두루치기의 실력을 되살려 내가 했다. 여러가지 소스를 넣고 양파, 마늘을 넣어 손수!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역시 음식맛은 손맛이야.. 애들이 맛있다구 난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찌하였건 언제나 그랬듯이 훌륭한 저녁식사였다. 다들 도와가며 준비를 하고 또 다들 도와가며 정리를 하였다.

 

저녁식사 후의 시간은 자유시간이다. RELAX하는 시간. 여행떠난지 처음으로 집에 전화를 했다. 무심한 아들이지. 전화하는데 자꾸 모기가 같이 놀자고 귀찮게 한다. 난 자기보다 덩치도 훨씬 큰데 나랑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긴 오늘 신문을 보니 210㎝ 남자와 88㎝의 여자가 한눈에 반해 한달만에 결혼했단 기사도 있더라.

 

전화를 하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와보니 사람들이 탁구를 치고 있었다. 처음엔 팀을 나눠 시합을 하더니 다음엔 이상한 게임으로 변했다. 게임 소개~!

 

탁구대 주위를 사람들(5명이상이 적당할 듯 하다)이 빙 둘러선다. 한사람이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에게 서브를 하고(최대한 높이, 최대한 받기 쉽게..) 탁구채를 탁구대위에 놓고 한칸 옆으로 이동한다. 그럼 다음 사람이 와서 탁구채를 받아 준비를 하고 공을 서브 받은 사람 역시 공을 다시 넘기고는 탁구채를 놓고 옆으로 이동, 다음 사람이 칠 준비를 한다. 이런 식으로 빙글 빙글 돌면서 공을 아웃시키는 사람을 한명씩 빼고 계속 돌아가며 게임을 한다. 사람의 숫자가 줄수록 공을 넘겨야 하는 시간은 더 빠듯하고 결국 마지막엔 2명이 남게된다. 2명이 남았을때는 탁구대를 돌지않고 한번 치고 탁구채놓고 그자리에서 한바퀴를 빙그르르 맴 돈 뒤 다시 탁구채를 잡는다. 같은 식으로 먼저 공을 아웃시키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탁구를 별로 못해도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게임이다. 언제 기회있으면 한번 같이...

 

밤이 깊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침대로 가서 뻗었다. 마지막 밤이라 너무 아쉬웠다. 그렇게 ROCKIES에서의 마지막 밤은 지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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