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8일 월요일

6.30 땅 속에는 뭐가 있을까

동굴 탐험 - NORDEGG 출발 - RAMPART 1박


7시 45분 출발이라 일찍 일어났다. 동굴탐험을 갔다온 뒤 바로 떠나야하기 때문에 가방도 미리 싸두어야했기 때문에 아침에 할 일이 많았다. 점심도시락도 평소보다 두배로 넉넉히 챙겼다. 배고프면 고생이지..

동굴탐험에 나서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5명. Angela, Marie, Yann, Steve 그리고 나.

8시쯤 동굴탐험의 GUIDE인 Scott가 도착했다. 우리 VAN보다 더 고물인 VAN을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WAPIABI CAVE란 동굴이 있는 어떤 산이었다. 해발 2,800 미터 정도되는 높이란다. 어쩔시구리 왕 높다.. 물론 해발 0미터부터 올라가는 게 아니겠지만 백두산의 높이가 2,744미터인데 그와 비슷한 산을 오르는 거다. 인간승리 이남경!

높이만큼이나 산은 만만하지 않았다. 록키산맥에 들어온 이후로 계속해서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늘이라고 역시 건너뛰지는 않았다. 올라가는 길에 이곳저곳 수해의 현장이었다. 개울은 물이 불어서 징검다리가 없어지고 그냥 첨벙첨벙 건너야했다. 그래도 돈을 냈으니 본전은 뽑아야지! 한 40불정도 냈던 것 같다.

그렇게 산의 아랫도리를 훑으며 올라갔다. 드디어 윗도리로 올라가는 길목. 잠시 쉬었다.

윗도리는.. 뜨아악.. 이걸 누가 산이라고 부르냐.. 이건 절벽이다.. BIG BEEHIVE는 그래도 길이라도 잘 닦여 있어서 올라갔지만 이건 돌무더기로 된 절벽을 길을 찾아 만들어가며 올라가야했다. 이걸 얼마나 올라가야 하는거여.. 아무 생각없이 발을 옮겼다.

Marie가 맨 앞에 섰다. 선두가 너무 빨리 올라가면 안된다고 여자를 앞에 세웠다. 하지만 내 생각에 맨 앞이 제일 힘들 것 같은데.. 뒤야 앞만 보고 따라가면 그만이지만...

힘녀 Marie가 많이 힘들어했다. 거의 실신할 표정이다. 배낭이 너무 무거워서 그랬나.. 배낭을 바꿔 들자고 얘기할까 하다가 그랬다간 내가 쓰러질까봐 대한민국 남자 망신 시키기 싫어서 그냥 두었다. 올라가는 건 올라가는 거지만 이걸 어떻게 내려온다냐..

올라가면서 한번인가 두번정도 쉬었던 것 같다. 잠시 쉬면서 내려다 본 광경은 정말 환상이었다. 지리시간에 배우고 그림으로만 그리며 공부했던 갖가지 지형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까마득히 울창한 산. 구비구비 끝도없이 이어진 강. 멋지다! 전세계에서 나무가 가장 많은 나라가 CANADA란다. 아마존보다도 산소 발생량이 더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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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걸 뭐라구 부르더라.
꼬불꼬불 강줄기가 끝도 없이 이어져있다.
산 중간쯤에서 멀리 내려다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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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입구에 서서..
저 아래에서부터 올라왔다!!




2시간 정도를 올랐던 것 같다. 드디어 동굴의 입구가 눈에 보였다. 만세! 동굴의 입구에서 잠시 쉬면서 장비를 챙겼다. 작업복 비슷한 옷과 HEAD LIGHT가 달린 헬멧, 장갑, 여분의 BATTERY. Scott는 동굴의 입구에 밧줄을 설치했다. 저걸 붙잡고 내려가야한단다. 얼마나? 물어보니 한 50M라고 그러네. 꺽!

장비를 다 챙기고, 사진도 찍고, 가져온 짐은 동굴 입구에 벗어두고 드디어 밧줄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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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뒤에 보이는 밧줄을 타고 50m 가량 내려가야한다.


 

아.. 얘기하다보니 중요한 걸 빼먹은 듯 싶다. 우리 일행 중에는 개도 한마리 있었다. 거의 매일같이 Scott와 함께 산을 오르고 동굴을 누비고 다니는 녀석이다. 녀석의 중요한 역할은 짐꾼이다. 그 무거운 밧줄을 등에 지고 올라왔다.

다시 돌아와서...

동굴안은 굉장히 미끄러웠다. 온통 물범벅이었다. 사방 팔방이 흙과 습기가 엉겨 아주 미끄럽기 짝이 없었다. 한손엔 밧줄을 잡고 한손은 한쪽 벽을 짚으며 다리에 온통 힘을 집중시켜 밧줄을 타고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동굴 속은 물론 깜깜하다. 예전에 칠랄레 팔랄레 갔던 제주도의 만장굴과는 다르다. 아.. 추운건 비슷한가보다. 넓은 곳도 있었지만 어느곳은 기어가야만 지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또 이곳 저곳이 미로처럼 연결이 되어있어서 Scott만 알지 아무도 길을 알 수가 없었다.

Scott는 계속 다니면서 열심히 설명을 했다. 물론 영어로. 알아듣기 벅차게 열심히 영어로 설명한다. 치.. 열받게.. 그래도 열심히 주워들으며 마냥 신기했다.

석회암 동굴이라 온통 종유석과 석순, 석주 투성이었다. 떨어져서 바닥에 굴러다니는 녀석도 많아 하나 줏어올까 했지만 괜히 나라망신..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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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져버린 종유석의 흔적.
잘라진 조각들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다.



공룡시대에 사람들이 살았을 법한 그런 곳에 둥그렇게 모여앉아서 암흑에 관한 실험도 했다. 불을 다 끈 상태에서 모두 한손을 뻗어 가운데 모으고서 하나둘셋과 동시에 손을 빼면서 불을 켜면 손을 이미 다 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한 5초동안은 손의 잔상이 남아있어 꼭 안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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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안에서 다같이.
앞에 보이는 녀석이 밧줄을 등에 매고 올라온 장한 개.
왼쪽부터 CALGARY에서 온 친구, Yann, Marie, Steve, 나, Angela. 마지막은 잘 모르겠다.
동굴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HEAD LIGHT를 끄거나 위로 올려야한다. 카메라를 쳐다보면 안됨




동굴속을 한 30분 휘젓고 다녔다. 마지막엔 Scott가 길안내를 안해주고 알아서 나가보라고 시켰다. 갔던 길 또 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참 헤매다 Angela가 이런 거 재미없다고 빨리 나가게 해달라고 따져서 Scott가 길을 가르쳐주었다.

입구 쯤 가서는 문득 내려올 때 낑낑댔던 밧줄이 생각났다. 쩌비야.. 저거 50M를 또 어케 올라간다냐.. 이거 유격훈련 받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우습게 올라와버렸지만..

산을 내려가는 길은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깡총깡총 뛰어서 내려왔다. 가끔 섬뜩하게 미끄러져 몇번 넘어지기도 했지만 올라갈 때에 비하랴.. 올라갈 때 그렇게 힘들어했던 Marie가 제일 신나게 내려간다. Steve와 Angela는 조심조심..

옷이며 신발이며 온몸이 왕창 다 버렸다. 거의 다 내려와서는 잠시 쉬었던 비마저 청승맞게 내려 아예 포기하게 만들었다.

다시 VAN에 올라 담소를 나누며(난 주로 듣기만 했다... 어쩔 수 없잖아~!) HOSTEL로 돌아왔을 때는 4시가 다 되었었다. 다른 TEAM들(승마, 하이킹 등)은 이미 돌아와서 짐을 다 꺼내놓고 다시 UNO GAME을 하며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출발한다고 하여 후다닥 번개같이 SHOWER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으니 몸은 무척 고되었지만 그래도 상쾌했다. 동굴탐험을 택했던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ROCKY EXPRESS에 참여할 사람이 있다면 자신있게 권해주고 싶다.

즐거웠던 NORDEGG를 떠나 RAMPART HOSTEL이란 곳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오늘 하루를 묵는다. 긴머리를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한 청년이 이곳 주인이란다. 다른 곳에 비하니 이곳은 깡촌같다. 물도 마실 수 없어 식수나 음식에 쓰는 물은 CAMP GROUND까지 가서 길어와야했다. 또 모기는 왜 그렇게 많은지... 보통의 여느 HOSTEL이 한 건물안에 모든 시설이 다 들어있는 것과는 달리 CABIN이며 식당, 화장실 등이 따로따로 지어져 있었다. 우리는 커다란 CABIN 한동에 함께 묵었다.

오늘 하루가 힘들긴 했지만 밥은 먹어야지.. 오늘의 저녁 메뉴는 스파게티!! 사람이 많다보니 무얼 하던지 왕창이다 왕창.. 소스도 왕창.. 면도 왕창.. 양동이만한 냄비가 어디에 쓰이나 했더니 다 쓰이는 곳이 있었다.... 흘.. 스파게티 얘기하려니까 갑자기 배가 고프네.. 냠..

'엄마 밥줘요~!'

역시 다같이 일을 나누어서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몇몇은 나중에 설겆이를 하고..

정말 맛있었다. 진짜루.. 샐러드와 빵 등과 같이 먹었다. 아구 배고파.. 자꾸 침나오네..

석양이 내리려 한다. 바위 절벽에 드리운 석양의 커텐은 정말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때 그 느낌은 안나지만 그래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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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바위산에 드리운 아름다운 석양인데...
으.. 싸구려 스캐너를 사용한 게 죄다. 색깔이 이렇게 나오다니..


 
석양 아래에서 CAMP FIRE를 했다. 그러나 나무들이 다 비에 습해져서 불이 잘 안붙었다. 열심히 Brian과 Joanne이 고생해서 조그마한 불을 결국 만들어냈다. 둥그렇게 모여앉아 마쉬멜로를 구웠다. 처음 먹어보았는데 음.. 너무 달다.. 너무 달아서 그냥 살살 녹았다..

재환이형은 오늘 승마를 했는데 그것도 피곤했나보다. 식당 옆 쇼파에 누워서 자고 있다. 나도 피곤해서 일찍 CABIN에 들어가서 잠을 잔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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